시 창작 이른

[스크랩] 최영화 시인 등단시 3편

고송산방 2017. 6. 5. 15:02

경주 최영화 선생, 계간 '문예춘추'로 시인 등단


시 ‘마니푸라 차크라’외 2편으로 신인상

2017년 04월 27일 [GBN 경북방송]

ⓒ GBN 경북방송


청한 최영화 선생이 2017년 계간 문예춘추 봄호로 등단했다.
경주에서 태어나 공직을 마무리하고 10여년 이상 동리목월문학관에서 시 창작을 연마해온 최영화 시인이 ‘마니푸라 차크라’외 2편의 시로 신인상을 받았다.

시인은 수상소감에서 “설레는 마음으로 창작이론을 공부하고 시를 쓰면서 늘 고민을 하였지만 내가 하고 싶은 시 쓰기였기에 행복한 마음으로 지냈습니다”라며 시를 향한 마음을 털어놓았다.

심사위원들은 심사평에서 “최영화씨의 당선작 ‘마니푸라 차크라’에서는 전설적인 소재를 건져내는 기분이다. 이 시에서 직감적인 것은 소재에서 주는 느낌이지만 이는 설화적 가치를 주는 의미의 은유성의 극치라고 할 수 있다”며 앞으로의 작품활동을 격려했다.
(심사위원 : 문효치, 원용우, 김종상, 이양우 시인)



<詩 1>


*마니푸라 차크라

 

최영화

 

옛부터 큰 종 바닷속에 잠겼다는

경주 대종천

해녀들 그 소리 한 번씩 다 들었다는데

물개자지 할매 혼자 그 소리 들은 적 없단다

 

김말란 여사

스무 살에 시집와 여섯 자식 두고

남편 저승으로 보냈다는데

혼자서 육남매 키우다가

물속 철사에 고막 찔려 귀까지 먹어버린

다른 해녀처럼 그 종소리 한번 들어보는 게 소원인 그녀

 

어느 날 이명인지 무엇인지오고

-나 종소리 들었어

-동네 사람들 나도 종소리 들었단 말이야

-여러분들만 들은게 아니고 이제 나도 들었어

 

-빙신, 귀머거리가 무슨 소리 들었다꼬

-그래서 어쨌단 말이고

-할마시 물개자지 요롱소리 들었는가 베

-그렇게 지칠지 모르고 일만 하디

-죽을 때 다댔는 갑다

 

무시로 아랫배 힘주면

댕 댕 댕··,

그 대종소리 들린단다

 

*마니푸라 차크라(Manipura Chakra) : 요가에서 말하는 우리 몸속 생명 에너지의 중심 통로 중 하나 중완 즉 배꼽 바로 위에 있으며 쿤달리니가 통과할 때는 종소리가 난다고 한다

도인의 경지에 올랐을 때 이런 현상이 나타난다


<詩 2>


滿月, 不滿月


최영화

 

누굴까

 

장인(匠人)이 그랬을까

사방을 뒤져도 굽은 옥 밖에 없었을까

 

아니 중전이 그랬을까

곡옥은 다산을 상징해 님의 사랑을 받기 위해설거야

 

아니야, 토끼가 그랬을 거야

달 속 토끼 말이야

임금의 꿈에 나타난 그 토끼

날 봤소? 초승달에.’

못 봤다.’

난 있었소.’

어디 말이냐?’

달 뒤편이요.’

 

무릎을 딱 치던 임금

민심을 살피기 위해 고을을 도는데 생전 살피지 않는 곳을

들여다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온통 진물이 흐르는 얼굴로

양푼이에 구걸해온 밥을

어미에게 떠먹이는 코흘리개 아들

허리를 굽히지 않고선 도저히 들여다 볼 수 없는 다리 밑 움막

차지 않는 달도 찬 달임을 안다

하늘 보다 높은 땅 있음을


<詩 3>


처용의 수염

 

원성왕릉의 무인상 서역인 이라는데 적당히 길러진 수염 누가 다듬었을까

 

일행 중 하나 였을거야

서역인은 신라에 같이 올 때 일행 중 한명이 수염을 깎아 주었을 거야

 

아니야 신라의 한 여인네 였을거야

맞아 맞아 사랑하는 여인이 깎아 주었을 거야

얼굴을 그려놓고

귀밑에서 부터 아래턱까지

풍덩하게 밀어 달란다

그려진 그림처럼 깎았으나

마음에 들지 않아했다

골똘히 생각하는 눈동자

시느대 대나무에 돌돌 말아

펴보면 도로 말리는

고집 불통 수염

언젠간 돌아가야지

그 수염 아무리 펴도 돌아가는

평생 회족(回族)의 것이야

 

그 여인 돌아오지 않는 그를 기다리다

활 들고 과녁장 사선대에 서

활시위 당겨 화살 날려 보내니

건너편 관중이요깃발 올라간다

날아간 화살 돌아오지 않는다


출처 : 고송산방
글쓴이 : 청한 원글보기
메모 :

'시 창작 이른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스크랩] 문예춘추 신인상 시상식 / 최영화 등단  (0) 2017.06.05
고송산방 당호에 대하여  (0) 2007.10.28
차를 마시자  (0) 2007.09.01